조합원 특별채용 단체협약의 유효성 (대법 2016다248998 2020.8.27.)
관리자 / 2021-04-09
조합원 특별채용 단체협약의 유효성 (대법 2016다248998 2020.8.27.)
【요 지】 1.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이러한 자주적인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교섭하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뜻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단체교섭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의 실질적 자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결국 헌법 제33조제1항은 집단적 합의에 의하여 근로조건 등을 자기 책임하에서 합리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노사에 부여함으로써 이른바 협약자치를 보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상 노동3권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도 이를 반영하여 노사 간의 협약자치를 인정·존중하는 취지를 실현하기 위한 규정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가령 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관한 여러 사항을 규율하면서도 단체협약에 어떤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거나 어떤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노사가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교섭을 통해 자치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②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주체와 절차에 관한 여러 규정을 두는 한편, 그러한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 중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과 같은 특정한 사항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여(제92조제2호), 노사가 자율적으로 형성한 단체협약의 규범력을 강화하고 있다.
단체협약이 민법 제103조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으므로 단체협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면 그 법률적 효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다만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앞서본 바와 같이, 단체협약이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15조가 정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 제23조제1항이 정하는 재산권 등에 기초하여 사용자는 어떠한 근로자를 어떠한 기준과 방법에 의하여 채용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자유가 있다. 다만 사용자는 스스로 이러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근로자 채용에 관하여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조합원의 직계가족 등을 채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그와 같은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러한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유나 경위, 그와 같은 단체협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수단의 적합성, 채용대상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의 유무와 내용, 사업장 내 동종 취업규칙 유무, 단체협약의 유지 기간과 그 준수 여부, 단체협약이 규정한 채용의 형태와 단체협약에 따라 채용되는 근로자의 수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용자의 일반 채용에 미치는 영향과 구직희망자들에 미치는 불이익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망인은 A회사에서 근무하다가 B회사로 전적한 후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하였다. 두 회사 모두 단체협약에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직계가속 등 1인에게 결격사유가 없는 한 특별채용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이에 망인의 자녀인 원고가 주위적으로 A회사에게, 예비적으로 B회사에게 고용계약 체결의 청약에 대해 승낙의 의사표시를 청구하였는바,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하고 노사 양측이 이해관계에 따라 단체협약에 포함시킨 점, 근로자의 희생에 대한 보상이나 유족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특별채용이 이러한 목적 달성에 적합하다는 점, 피고들(A. B)의 채용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채용된 유족의 숫자가 많지 않아 구직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피고들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기업의 필요성이나 업무능력과 무관한 채용기준을 설정하여 일자리를 대물림함으로써 구직희망자들을 차별하는 합의로, 공정한 채용에 관한 정의관념과 법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반대의견이 있음.]